성격
[ 까칠 ] [ 거리감? ] [ 돌봄 체질 ]
굳어 있는 표정에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툭툭 던지듯 짧은 말끝까지. 어렸을 때와는 정반대로 차분하지만 냉정해 보인다. 타인의 기분을 나쁘게 하려는 의도는 없지만 비위를 맞춰 줄 생각도 없다. 포장하지 않고 직언해 버리기 때문에 성향이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 종종 미움을 산다.
완전히 철이 든 시점부터는 누군가와 가까이 어울리지 않았기에 습관적으로 타인과 일정 거리를 둔다. 기억이 돌아온 후에도 스탠스가 크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되찾은 어린 시절의 기억이 강렬했던 탓에 종종 거리감이 흐려지곤 한다.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선 모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제법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옛날의 이야기가 나오면 눈에 띄게 곤란해하지만,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미미한 그리움과 기쁨의 기색도 읽어낼 수 있을 것.
아버지 중 한쪽과 둘만의 생활을 시작하며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고 무엇이든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하는 환경에 내던져졌기 때문에 생활력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디지털 월드에서 생활하며 주변 사람들이 챙겨 주었던 것들을 조금씩 체득했기 때문에 금세 능숙해졌다. 주변에 돌봐 줄 사람이 없어서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챙겨 주는 쪽이 되었다는 점에 은근한 뿌듯함을 느끼는 듯.
기타
호국에서 사용하던 이름인 ‘모호’를 그대로 퍼스트 네임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가족들에게는 이전처럼 호로 불리고 있다. 가족 외에게는 오랜 기간 불리지 않았기 때문에 들으면 조금 어색해하지만 거부하지는 않는다.
유학 전까지 함께 살던 호주 출신의 아버지와 이혼 후 따로 살고 있는 호국 출신의 아버지, 지금은 세상을 떠난 동생이자 반려견이 하나. 온 가족이 함께 호국에서 지내다가 초등학생 즈음 한쪽 아버지를 따라 호주로 이주했으나, 호연대학교에 입학을 결정하며 유학생 신분으로 다시 돌아왔다. 아버지들에게는 다소 쌀쌀맞게 구는 탓에 데면데면한 사이이지만 연락 오는 빈도가 높았던 것을 보면 사랑받고 있는 듯.
호연대학교 자유전공학부 1학년. 중고교 시절에는 생활 환경이 크게 바뀐 와중에도 성적이 좋았던 편이지만 대학 생활에 큰 의욕은 없는 듯. 오랜만의 호국 생활에 적응이 어려운 데다 사고의 기억이 계속해서 떠오르기 때문에 내색하지 않지만 조금 지쳐 있다. 과제는 성실하게 제출하지만 종종 수업을 빼먹고 캠퍼스를 나돌아다닐 때가 있다. 하는 일 없이 터벅터벅 걸어 다니며 산책하거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름의 취미이기에 교내에서 서성대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노트를 들고 다니며 무언가를 끄적이는 버릇이 있다. 주로 카페에서, 가끔은 길 한복판에서도. 알 수 없는 그림과 글들이 낙서되어 있다. 그림 실력은 전혀 발전하지 않은 듯, 좋게 말하면 독특하고 나쁘게 말하면 기묘한 화풍은 여전하다.
가까운 사람이 없고 자신의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데다, 특유의 터프한 행동 덕에 묘한 소문이 돌고 있다. 싸움 좀 한다거나, 사람들의 뒷조사를 해서 돈벌이를 한다거나, 한밤중에 바이크로 폭주하는 모습을 봤다거나…. 전부 사실무근. 면허는 가지고 있지도 않으며, 좋지 않은 기억이 있기에 그런 소문이 도는 것을 불쾌해한다.
도전 정신이 있어 식당이나 카페의 신메뉴는 대체로 도전해 본다. 흡연가이며, 술은 그다지 즐기지 않지만 못 마시지도 않는다.
호주 생활을 하면서부터 집안일을 도운 탓에 생활은 어렵지 않다. 요리는 아주 맛있다기보다는 실용적. 아버지들에게 모자라지 않을 만큼 생활비를 받고 있지만 사치하지는 않는다. 조금씩 아껴서 취미생활에 쓰는 것이 나름의 낙인 모양.
[※아래 내용에는 민감할 수 있는 소재(교통사고, 후유증, 반려동물의 사망)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열람 시 주의 부탁드립니다.]
호연파크의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통사고를 당했으며 그 자리에서 자신을 지킨 웨프를 불시에 떠나보냈고, 다리를 크게 다쳐 오래 병원 생활을 했다. 큰 충격과 뒷수습을 겪으며 가족 간에도 균열이 생긴 끝에 아버지들이 갈라서게 되었고, 호국에 괴로운 기억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된 탓에 호주로 떠나는 한쪽 아버지를 따라갔다.
다리의 재활은 문제없었으며 이제 가벼운 달리기는 괜찮을 터이지만 심리적 이유로 달리지 못한다. 사고 이후로 지금까지 카운슬링을 받고 있으며 정신적으로는 제법 안정된 편이지만 상실 자체를 극복해 내지는 못했다. 그림으로 그린 듯한 행복이 순식간에 깨어지고 온전히 마음을 의지할 존재도 곁에 없었기에 홀로 감내하며 점차 어둡고 폐쇄적인 성격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지금껏 삶을 견뎌 오고, 이제는 타국이 된 이곳에 다시 찾아온 것은, 분명 기억하지 못하는 누군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웨프의 일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파트너가 수호의 디지몬으로 불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싸움에 대해서도 이전과 달리 소극적인 의견을 내는 편. 하지만 책임감 자체는 강하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을 내팽개치지는 못한다.